세상을 향해 ‘희피’를 외치다!
‘회피’라는 아호는 여행 중 히피들과 함께 생활하며 그들이 가진 자유와 즐거움, 나눔의 가치에 감명을 받아 지은 이름이다.
즐거운 희(喜), 나눌 피(披)를 썼다. 그리고 이제 그 이름처럼 즐거움은 그의 최우선 순위의 삶의 방식이 됐다.
이예나 씨는 자신의 삶이 ‘희, 피’의 연속이라고 말했다.
대학에서 언론정보학을 공부하던 이예나 씨는 성실히 학교를 다니며 취업을 준비하는 평범한 대학생이었다. 꿈에 대해 생각하기보다 지원할 기업과 직무를 정하는 게 더 자연스러웠던 그간의 삶이었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미래를 생각하면서 스스로를 변화시키고자 해외인턴 생활을 결정했다.
하지만 6개월간 미국에서 인턴 경력을 쌓으며 영어를배우고 오려던 단수한 계획이 인생의 전환점이 되리라고는 미처 예상치 못했다.
“아무도 나를 모르는 해외에서, 저라는 존재의 가치를 증명하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했습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새로운 제 모습을 발견하기 시작했어요. 하지만 그대로 한국에 들어간다면 가까스로 찾아낸 제 모습을 다 놓치고 이전의 저로 돌아갈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미국에서의 생활을 마치고 남미로 떠났어요. 제 인생에서 처음으로 취업에 도움이 되기 위해, 스펙을 쌓기 위해서가 아니라 오로지 제가 원해서, 저만을 내릴 결정이었죠.”
자신을 찾기 위한 여행
그렇게 자신을 찾기 위한 여행이 시작됐다. 그의 표현을 빌자면, ‘여행을 위한 여행’이었다. 그러나 여행 2주만에 첫 난관에 봉착했다.
강도를 만나 가진 돈을 모두 잃은 것.
“콜롬비아에서 ‘바란끼야 카니발’을 즐기고 있었던 때였어요. 콜롬비아인 친구를 사귀어 함께 다녔기에 걱정할 것이 없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제 일행 중 한 친구가 강도를 만나 가지고 있던 물건을 모두 잃어버리게 됐어요. 거기에는 제가 맡긴 현금도 있었죠. 카드도 함께 분실해서 남은 건 60만 페소(약 3만원)가 전부였어요.”
그렇다고 거기서 여정을 멈출 수 없었다. 그 여행이 너무나 간절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진짜 여행은 바로 강도를 만나 모든 것을 잃은 그 때부터 시작됐다.
“강도 사건을 겪은 직후 카르타헤나로 향했죠. 정신없이 숙소를 잡고 나니 5천 페소만 남더군요. 돈이 없어 상인들에게 먹을 것을 구해도 보았지만 쉽지 않았죠. 그러다 지쳐서 앉아 있는데, 문득 제가 얼마나 가진 것이 많은 사람인가 생각하게 됐습니다. 가진 것이 많아 부끄러울 지경이었죠. 그리고 일을 구하자는 생각이 들었어요. 운 좋게도 일자리를 구했고, 또 숙소도 제공받게 됐습니다. 이후 8개국을 돌아다니며 여행사를 비롯해 길거리 장사, 스타트업 마케터, 호스텔 홍보직, 아마존 주방보조 등 온갖 일을 하며 돈을 벌었습니다. 그렇게 여정을 이어나갔어요.”
어느덧 안정적인 여행을 이어가던 이예나 씨는 여행 경로를 아마존으로 급선회하게 된다. 안정적인 길만 추구하던 그가 반항적으로 선택했던 여행이었기에, 도리어 안정된 삶에 머무를 수 없었던 것이다.
“어느새 안정적인 루트를 따르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죠. 그래서 아무 정보도 없는 브라질 아마존으로 떠나보자는 생각이 들었어요. 밀림에서 장작을 패 요리를 하고 식재료로는 전혀 생각지 못했던 악어와 피라냐, 야자나무 애벌레를 먹기도 했어요. 모기와 온갖 벌레에 시달리는 간 다반사였죠. 하지만 말도 통하지 않는 사람들과 함께 먹고 자고 뒹굴며 친구가 되었던 그 시간은, 남들과 다른 길을 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는 소중한 계기가 됐습니다.”
그는 현재 방송인, 교육자, 청년문화 기회자 등 4가지 이상의 직업에 도전하고 있다. 아이들에게 행복을 찾아 떠나는 법이 아닌 스스로 행복을 만드는 법을 가르치는 ‘히오로스쿨’에 참여하고 있으며, ‘희피 페스티벌 개최’와 ‘희피 양성 학교 설립’ 등의 꿈을 갖고 활동 중이다.
“저는 여행을 통해 평범하고 소심한 저 같은 사람도 얼마든지 후천적으로 희피가 될 수 있다는 걸 배웠습니다. 여행을 통해 제가 배우고 느낀 것들을 하나의 프로세스로 만들어 다른 사람들도 경험할 수 있게 한다면 굳이 배낭 메고 여행을 떠나지 않아도, 아마존 한 가운데 서지 않아도 스스로 행복해지는 방법을 배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