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시장에서의 인문학 현황
채용시장 n 인문학
제목: 채용시장에서의 인문학 현황
1. 인문학이란
인문학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면 ‘人文學’, ‘humanities’로 주로 인간과 관련된 근원적인 문제나 사상, 문화 등을 중심적으로 연구하는 학문을 지칭하며, 자연과학(自然科學, natural science)이 객관적인 자연현상을 다루는 것에 반해 인문학은 인간의 가치와 관련된 제반 문제를 연구의 영역으로 삼는다.
구체적으로 인문학에 속하는 학문 분야는 문학, 역사학, 철학, 고고학, 종교학, 언어학, 여성학, 미학, 예술학, 신학 등이 있으며, 각 학문 분야에서 세부적으로 나뉘어 있는 전공들이 있기 때문에 실제 인문학은 인간과 인류만학에 관한 정신과학을 모두 포함하는 용어라 할 수 있다.
인문학은 서양 중세 시대와 르네상스 시대를 거치면서 주요 교육 영역이었으나, 산업혁명 등을 통해 산업과 기술이 급속도로 발달하면서, 그리고 근현대에 와서 컴퓨터와 IT기술이 확산되면서 공학계열에 대한 선호도가 막강해졌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인문학에 대한 관심을 점점 멀어져갔다.
하지만 IT가 확산되고, 다양한 매개체를 통한 커뮤니케이션은 늘어났지만 정작 사람사이의 진짜 소통에 대한 필요가 점점 생겨나기 시작했고, 인간의 본질, 즉 인문학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는 지적과 함께 참된 인재에 대한 기준에서도 인문학적 소양이 거론되기 시작했다.
2. 채용시장에서의 인문학
인간학문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는 인문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간다는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현상이다. 하지만 진짜 인문학이 자리 잡지 못하고 취업에 있어 인문학이라는 키워드가 새로운 선발기준의 필요에 의해 급조된 것이라면 이는 다시 생각해봐야 하는 부분일 것이다. 대한민국 사회에 불고 있는 인문학 열풍, 그리고 채용시장에서의 인문학, 지금 시점에서 한번은 짚고 넘어가야 하는 이슈가 아닐까 싶다.
취업포털 인크루트(www.incruit.com)가 기업 인사담당자 122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86.9%가 ‘앞으로의 채용에 인문학적 소양이 더 중요해질 것으로 전망한다’고 답했다. 그 이유로는 ‘인문학적 소양이 풍부하면 의사소통이 빠를 것 같다’가 45.3%로 가장 많았고, ‘스펙이 상향평준화된 상황에서 더 나은 인재를 걸러낼 방법이 필요해서’가 32.1%, ‘인문학적 소양이 풍부하면 입사해서 배우는 속도가 빠를 것 같아서’ 가 17%로 그 뒤를 이었다.
한편, 인문학적 배경이 풍부한 인재가 입사 후에도 돋보인다고 답한 인사 담당자가 85.2%에 달해 기업들의 인문학 열풍이 근거가 있음이 드러났다.
주요 기업 공채 프로세스에 인문학 요소 적용
최근 채용을 진행한 대기업의 대부분이 채용 프로세스에 인문학적 요소를 적용해 진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LG그룹은 필기시험에 ‘인문역량’ 분야를 신설하고, 전체 출제 문항 중 10%를 한국사와 한자문제로 채웠으며, 포스코그룹은 한국사 관련 자격증 소지자에게 가산점을 부과하고, 직무역량 평가 때 역사 에세이를 반영했다.
현대차그룹은 역사 에세이를 인·적성검사에 추가했다. 채용 과정에서 뿐만 아니라, 사원 교육 때도 다양한 역사적 사례를 공부하고 시사점을 얻는 시간을 마련하는 등 입사 후에도 체계적인 인문학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은행권은 어학 성적이나 금융 자격증 란을 삭제하는 대신 인문적 소양을 검증하기 위한 과정을 신설했다. KB국민은행은 자기소개서에 ‘기업들이 인문학ㅈ거 소양을 강조하는 이유’에 대해서 쓰도록 했으며, 필기시험에 국사 문제를 추가했다.
신한은행은 자기소개서에 ‘가장 인상 깊었던 책을 소개하고 선택 이유와 느낀 점을 기술하라’는 문제를 출제했고, 하나은행은 채용시험에서 인문학 관련 문항을 늘렸다. 우리은행 또한 한국사 자격증 소지자를 우대하고 있다.
인사담당자가 생각하는 인문학
인문학 소양, 독서를 통해 키우세요!
김정요 SK텔레콤 인사담당 매니저
‘인문학’이라는 단어가 전 세계적으로 유명해지게 된 계기는 바로 애플사 스티브잡스의 영향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가 성공 요인에 대해 창의적 아이디어, 뛰어난 기술뿐만 아니라 인문학의 중요성을 언급했기 때문입니다.
인문학은 철학, 역사, 심리, 사회, 언어기호, 문학 등을 통해 인간을 탐구하는 학문입니다. 인문학이라는 단어가 수년전부터 유행하다 보니, 이제는 간단한 인터넷 검색만으로도 그 정의와 필요성에 대해서 쉽게 얻으실 수 있습니다. 또한, 다양한 인문학 관련 책이 출간되었으며, On-Off Line 강좌도 많이 개설되어 있습니다. 인문학적 역량 향상을 원하신다면 언제, 어디서든 쉽게 접하고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이 구축되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인문학 역량이 과연 단기간 동안 취업을 위해 공부한다고 향상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입니다. 인문학은 범위가 매우 넓고, 학문의 난이도 또한 깊어서 단지 취업을 위해 단기간 동안 인문학적 소양을 기른다는 것은 불가능할 뿐 아니라 진정한 인문학적 소양을 기르는 데에도 맞지 않다는 생각입니다.
취업준비를 떠나서, 인문학적 소양을 기르기 위해서는 인문학 전공자가 아니고서는 독서가 가장 현명한 방법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단, 특정 주제를 갖고 있는 경영 도서나 전문 지식을 제공하는 도서도 좋겠지만, 그보다는 소설이나 고전 등도 함께 읽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다양한 종류의 책을 많이 읽고, 또 그 책을 읽으면서 인간 본질에 대한 이해를 해보고, 다양한 인문학자 또는 전문가들의 시각을 접하고, 좋은 글귀는 메모하고, 또 이를 학업이나 취업 준비하는 데 활용해보면, 그것이 바로 인문학을 준비하는 최적의 방법일 것입니다.
‘인문학 도서를 활용한 통섭역량 면접’ 시행해
박세혁 KB국민은행 채용담당자
‘스펙초월’이라는 키워드 속에서 ‘인문’,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지원자 채용이라는 채용트렌드는 계속 지속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사회적으로 ‘인성’ 검증에 대한 공감대가 높으며, 자극적인 미디어에 장기가 노출되고 익숙한 지원자들 사이에서 인문학적 소양을 통하여 성숙하고 건전한 사고를 갖춘 지원자를 더욱 선호하게 될 것입니다.
사실 인문학을 통해 지원자들의 역사나 철학에 대한 지식을 보고자 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람들의 삶 속에서의 기본적인 인성에 대한 가치관을 보려는 것입니다. 이러한 기본적인 인성을 측정한다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인문학 서를 통하여 지원자들의 가치관과 방향성을 확인하려는 것입니다. 특히 은행의 경우 고객층이 다양하기 때문에 인문학 도서를 통한 인문학적 소양이 고객으로부터 더욱 진정성 있는 공감과 소통으로 이어진다고 생각합니다.
KB국민은행은 대표적으로 ‘인문학 도서를 활용한 통섭역량 면접’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인성면접의 한 형태로 지원자가 자기소개서 작성 시 기재한 인문학 도서를 면접위원들이 사전에 미리 읽고 지원자들과 토론하면서, 면접 시 칙의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이 아닌, 책을 통한 지원자의 경험과 인성, 그리고 가치관을 알고자 하는 것입니다.
KB국민은행은 ‘신입행원 요구역량 3C’를 우너하는데 요구역량인 3C는 Communication(고객과의 소통), Cooperaton(직원 간의 협업), Creativity(창의적인 사고)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고객가치 창조형 인재’라는 인재상을 통해 인문학을 포함한 다양한 분야의 주제로 고객과 깊게 소통할 수 있는 역량, 인문학적 감성을 바탕으로 능동적인 Followship, 다양한 지식을 융합하여 새로운 서비스를 창출하는 역량을 갖춘 ‘통섭형 인재’를 채용합니다.
꾸준하게 OPEN 채용을 통하여 다양한 역량의 인재 채용을 추구해온 KB국민은행은 최근의 ‘탈스펙’을 통한 스펙 초월 채용 트렌드에 대하여 지속적으로 고민 중입니다. 지원자들도 트렌드 변화를 따라가는 데 급급하기보다는 왜 이러한 변화가 이루어지는지에 대한 고민을 해봤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