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두 번째로 낮은 최저임금 인상률… ‘1만원’ 문턱 못넘은 9860원
내년도 최저임금이 시급 9860원으로 결정됐다. 올해 9620원보다 240원(2.5% 인상) 오른 금액이다. 월급으로 환산하면 206만740원(209시간 기준)이다.
최저임금위원회는 18일 오후부터 19일 오전까지 정부세종청사에서 밤샘 회의를 벌인 끝에 내년도 최저임금을 9860원으로 의결했다.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은 2021년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낮은 수치다. 최근 5년간 최저임금 인상률은 적용 연도를 기준으로 2019년 8350원(10.9%), 2020년 8590원(2.87%), 2021년 8720원(1.5%), 2022년 9160원(5.05%), 올해 9620원(5.0%)이었다.
이날 노동계와 경영계는 각각 1만원(3.9%)과 9860원(2.4%)을 최종 수정안으로 내놨다. 공익위원들은 두 안을 표결에 부쳤고, 결과는 근로자위원 안 8표, 사용자위원 안 17표, 기권 1표였다. 회의에 참석한 근로자위원 8명이 모두 1만원에 표를 던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캐스팅 보트’를 쥐고 있는 공익위원들은 모두 사용자위원 안을 선택한 셈이다.
회의는 18일 오후 3시부터 19일 오전 6시를 조금 넘긴 시각까지 15시간 동안 진행됐다. 이날 노사는 7차~11차까지 5번의 수정안을 내며 격차를 140원까지 좁혔다. 최종 수정안으로 표결을 진행하기 전 공익위원은 9920원(3.1%)을 조정안으로 냈지만 민주노총 측 근로자위원 4명이 반대해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다.
공익위원 간사인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는 최저임금이 결정된 직후 브리핑에서 “조정안은 근로자위원 측이 요구한 1만원과도 근접하다”며 “노사 합의로 최저임금이 결정될 수 있었는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공익위원 판단으로 조정안을 표결에 부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노사 수정안의 격차가 이 정도로 좁혀진 적이 없어 합의에 대한 기대가 컸고, 최근 2년간 공익위원이 적용한 결정 방식에 대해 문제제기가 지속적으로 있었기 때문에 노사 자율적 합의를 유도한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심의는 노사뿐만 아니라 노동계와 공익위원 간 갈등까지 빚어져 역대 가장 치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본래 제1차 전원회의는 지난 4월 18일 열릴 예정이었으나 노동계의 ‘공익위원 사퇴 촉구’ 시위로 첫 회의부터 파행했다.
당시 노동계는 권 교수가 ‘주 69시간’ 논란을 부른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 등 정부의 노동정책을 주도해 중립성·독립성을 잃었다고 주장했다. 주요 노동 현안마다 ‘강 대 강’으로 부딪히며 악화일로를 걸었던 노정관계가 최저임금 논의까지 영향을 미친 것이다.
지난 5월 2일 회의가 재개됐지만 이번엔 ‘망루 농성’을 벌인 근로자위원 1명이 구속 및 강제 해촉되면서 또다시 파행을 겪었다. 고용노동부는 한국노총이 추천한 새 위원도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며 위촉을 거부했고, 근로자 위원들은 지난달 27일 제8차 전원회의에서 “비상식적인 노동탄압이 난무한다”며 항의성 퇴장했다. 결국 올해 심의는 근로자 위원 8명, 사용자·공익위원은 각 9명으로 노·사·공 ‘동수 원칙’이 깨진 상태에서 진행됐다.
정부 관계자의 ‘최저임금 9800원선’ 발언 보도도 노동계의 반발을 키웠다. 정부가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는 비판이었다. 일각에선 공익위원들이 관련 논란을 의식해 중재안을 내지 않을 거라는 관측도 나왔다. 실제 공익위원들은 조정안으로 낸 9920원이 ‘중재안’이 아닌, 노사 양측의 요구의 중간 지점을 기계적으로 설정한 조정안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노동계는 표결에는 참여했으나 결과를 보지 않고 회의장을 먼저 떠났다. 근로자위원들은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으로 결정돼 실질임금 삭감이나 다름없다”며 “저임금 노동자의 생활 안정이라는 약속을 지키지 못해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어 “매년 반복되는 사용자 위원의 동결 요구, 업종별 차등적용 주장, 정부의 월권과 부당한 개입에 사라진 최저임금위의 자율성·독립성·공정성을 확립하는 방안에 대해 깊이 고민하겠다”며 “최저임금 제도 개선에 나서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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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고용부 장관이 최저임금 심의를 요청한 시점부터 결론을 내기까지 110일이 걸려 역대 최장 논의 기간을 경신하기도 했다. 고용부 장관은 다음 달 5일까지 내년도 최저임금을 고시한다.